봄에는 학위연구 준비랑 수업 듣는 것만도 너무 벅찼어서, 필사는 달랑 한 권뿐이다. 얇지만 여운은 묵직했던 희곡집 '햇빛샤워(장우재, 2016, 이음)'. 사용한 펜은 역시 만년필 :) 글씨가 써진 모양을 보아 하니 아마도 펠리칸 M200 카페크림(EF)에 세일러 공방잉크 273을 넣고 썼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단순한 만남과 접촉이라는 '관계'에서 결국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순간만 가능한 일일까. 동교가 결국 마지막에 죽음을 택한 것처럼 그런 관계없음-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해관계 없는 호의로만 이루어진 관계에 더 가까울지도-만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
트래블러스 노트 블루 오리지널에 계속 해나가고 있는 필사. 사용하는 내지는 유선 리필지. 필기구는 그때 그때 쓰고 싶은 만년필. 주로 책을 읽고 감명 깊은 구절을 발췌해서 필사하는 식으로 썼다. 정식 필사라기보다는 약식(?)에 가깝지만. 겨울에 한창 몰입해서 읽던 책인 최진영 작가의 장편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2017, 민음사)'와 안톤 체홉의 단편 소설집(2002, 민음사). *참고로 이때 썼던 잉크는 세일러의 '공방잉크 123번' . 차분하면서 오묘한 색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말하자면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을 테마로 하고 있는데, 단순히 먼 곳이나 먼 미래의 이야기, 상상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위를 한꺼풀 더 에둘러서 비춰주고 있는 것 같은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