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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의 다락/Travler's Notebook

봄의 필사

작은 게 2019. 10. 4. 19:34

 

 

봄에는 학위연구 준비랑 수업 듣는 것만도 너무 벅찼어서, 필사는 달랑 한 권뿐이다.

얇지만 여운은 묵직했던 희곡집 '햇빛샤워(장우재, 2016, 이음)'.

사용한 펜은 역시 만년필 :) 글씨가 써진 모양을 보아 하니 아마도 펠리칸 M200 카페크림(EF)에 세일러 공방잉크 273을 넣고 썼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단순한 만남과 접촉이라는 '관계'에서 결국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순간만 가능한 일일까. 동교가 결국 마지막에 죽음을 택한 것처럼 그런 관계없음-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해관계 없는 호의로만 이루어진 관계에 더 가까울지도-만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은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이 될 수 없으니까. 결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 왜냐하면 사회 자체가 애초에 이해관계로 이루어진 곳이므로. 비록 이해관계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러므로 광자가 동교에게 이르듯 이해관계 없이는 관계하지 않는 사람을 탓할 수만도 없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럼에도 이 작품은 단 한 순간, 단 한 번만이라도 우리는 이해관계 없는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서로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한창 힘들 때 읽고 필사해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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